대학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기억에 남는 추억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해외 교환학생 시기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필자 또한 대학 시절에 있었던 ‘아주 특별했던’ 해외생활이 추억으로 남아있다. 겨울 평균기온이 영하 40-50도(최고 기록 영하 72도; 오이먀콘)가 넘는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인 시베리아(사하-야쿠티야공화국; 수도 야쿠츠크)에서의 삶은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선명하고 강렬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가고팠던 나라에서 언어를 연마하고, 체류 국가의 역사와 문화, 전통 등을 체험하는 즐거움이란 대학 학창시절 최고의 희열이요 즐거움일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학과에서 학생들의 교환학생 업무를 담당해 왔다. 한류나 K-POP, 드라마 등이 좋아서 한국학을 선택한 우리 학생들에게 한국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은 그 어떤 것보다 특별함 그 자체이다. 대학에 입학하는 그 순간부터 한국 교환학생 생활은 하나의 목표가 되고, 반드시 실현시키고 싶은 그들의 꿈이 된다. 1학년 시기부터 흔히 하는 그들의 질문은 “교수님, 언제 우리가 한국에 갈 수 있나요? 어떤 서류가 필요하나요?”이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아이구, 하하, 아직 멀었어요. 우선 토픽(한국어능력시험) 증명서부터 준비하세요”라고 답해준다. 그만큼 우리 학생들에게 교환학생은 대학생활 중 최고의 꿈이요 목표이다. 적어도 1, 2학년 시기 동안에는 복도에서 만날 때마다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토픽을 강조한다. 한국학 전공자가 졸업 전에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격증으로, 토픽이 없으면 한국에 갈 수도 없고, 향후 취직을 하든 진학을 하든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의 여러 대학에서 가을학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친 학생들이 복귀했다. 1그룹으로 먼저 한국에 갔었던 3학년생들이다. 지난 여름(8월)에 공항에서 배웅해 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 덧 학기가 종료되고 반가운 얼굴들이 돌아 온 것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 반가움은 어쩌면 필자에게만 해당되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학생들에게는 반가움보다 한국에서의 삶을 더 연장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필자 자신도 학창시절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정든 야쿠츠크를 떠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생활을 그리워하는 복귀생들을 볼 때마다 “이제는 토픽성적을 더 올려서, GKS(한국정부초청장학생) 장학생으로 한국대학 석사 과정에 지원하세요”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곤 한다. 금년 2월에도 1그룹에 이어 남은 10여 명의 3학년생들이 봄학기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간다(경제적인 형편상 한국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음). 매우 다행스럽게도 매 학기마다 전체 교환학생 중 절반 이상이 GKS 장학생 자격으로 한국에 간다. 펜데믹이 끝나던 2022년 가을학기부터 시작된 교환학생을 위한 장학프로그램으로 토픽과 GPA 성적이 높은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자격이 주어진다. 필자가 복도에서 얼굴만 마주치면 ‘토픽 노래’를 부르는 것도 사실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학생들과 함께 한지 어느 덧 11년이 지났다. 매번 한국 내 여러 대학과 비자기관(알마티한국총영사관, 한국대사관), 대학 내 관계부서에 제출할 서류들을 안내하고 확인하는 일이 때로는 번거롭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늘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학생들을 돕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 간다는 들 뜬 마음으로 뛰어다니며 서류를 준비하고 있는 그들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이 필자에게도 큰 기쁨이기 때문이다. 청년 시절 해외에서의 경험은 그 무엇보다 값지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한 단계 더 넓혀주고 높여주기 때문이다. 필자는 늘 공항에서 떠나는 학생들을 배웅해 주며 “한국에 가면 강의실에만 앉아있지 말고, 꼭 한국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오세요”라고 말해주곤 한다.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해 보는 것만큼 더 큰 공부는 없기 때문이다. 요즘 10여 명의 학생들이 비자 서류 준비에 한창이다. 미래 카자흐스탄의 일꾼으로 성장할 학생들의 작은 꿈을 실현해 나가는데, 어느 한 부분 작게 나마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에 무한 자부심을 느낀다. 병오년 새해에도 우리 교환학생들의 성공적인 한국생활을 기원해 본다.
이병조
(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 한국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