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중독 문제는 더 이상 불법 마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의약품 남용으로 인한 이른바 '약국 마약'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치료를 위해 복용하던 약이 어느 순간 의존으로 이어지고, 결국 일상과 건강을 무너뜨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약, 커지는 의존 위험
전문가들은 약물 의존이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진통제, 수면제, 진정제, 항경련제 등 일부 의약품은 장기간 복용하거나 권장 용량을 초과할 경우 강한 신체적∙심리적 의존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스트레스와 불안, 만성 피로,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가 치료 형태로 약물에 의존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보건부는 약물 의존 환자들을 공식적으로 향정신성 물질 사용으로 인한 ‘정신 및 행동 장애’ 환자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국제질병분류(ICD-10)에는 아직 ‘약국 마약 중독’이라는 별도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실제 현장에서는 처방 의약품 의존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카자흐스탄 국가의약품 및 의료기기 등록부에는 처방전이 필요한 약물이 5천 종 이상 등록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부 약국에서는 처방전 없이도 특정 약물을 비교적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지난해 카자흐스탄에서는 처방전 없이 의약품을 판매한 사례가 100 건 이상 적발됐으며, 총 1,580만 텡게의 벌금이 부과됐다.
중독 문제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약물 가운데 하나는 코데인 계열 진통제다. 코데인은 원래 기침 억제와 통증 완화를 위해 사용되는 성분이지만 장기간 복용할 경우 강한 의존성을 유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환자들이 처음에는 단순한 통증 완화를 위해 복용을 시작했다가 점차 용량이 늘어나면서 약 없이는 생활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한다.
항경련제와 진정제 문제도 심각하다. ‘리리카(Lyrica)’나 ‘바클로산(Baclosan)’ 같은 약물은 원래 신경제 질환이나 경련 치료에 사용되지만 일부에서는 기분 변화나 환각 효과를 얻기 위해 남용되기도 한다. 특히 알코올이나 다른 향정신성 물질과 함께 사용할 경우 심장과 신경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으며,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비교적 익숙한 약으로 여겨지는 ‘코발롤(Corvalol)’ 역시 위험성이 지적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 진정제나 심장약 정도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향정신성 물질인 페노바르비탈이 포함돼 있다. 과다 복용 시 강한 진정 효과와 도취감을 유발할 수 있으며, 반복 사용 시 의존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 중독자의 경우 처음에는 한 병 정도를 복용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2~3병까지 용량이 늘어나기도 한다.
서서히 무너지는 일상… 치료는 쉽지 않아
문제는 약물 의존이 서서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단순한 피로감이나 불면증 치료처럼 보이기 때문에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감, 공격성, 환각, 급격한 체중 감소, 만성 불면증,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인간관계 변화와 사회적 고립 현상도 자주 동반된다.
전문가들은 약물 중독을 혼자 힘으로 극복하기는 사실상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약물 복용을 갑자기 중단할 경우 심각한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극심한 불안과 공황 상태, 떨림, 통증, 수면 장애를 경험하며, 심한 경우 급성 정신병이나 호흡 부전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전문 의료기관에서 해독 치료와 정신 치료, 장기 재활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한다.
그러나 중독 치료 분야 전문가들의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국제 통계에 따르면 도움을 요청한 사람 가운데 완전히 중독에서 벗어나는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재활센터들은 안정적인 관해 상태 유지가 치료의 가장 현실적인 목표라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약물은 반드시 의사의 처방과 복용 기준에 따라 사용해야 하며, 스스로 용량을 늘리거나 장기간 복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수면 장애나 불안, 스트레스 문제를 단순히 약으로만 해결하려 하기보다 전문 상담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한 약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치료제가 언제든 의존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늘날 약물 의존 문제는 특정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 현대 사회의 또 다른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최 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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