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선언’ 채택해 정상회의 정례화
카자흐스탄, 경제∙기술∙인적 교류 확대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가 16일 서울에서 열렸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대한민국 등 6개국 정상은 향후 협력 방향을 담은 '서울선언'을 채택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약 20년간 이어온 협력 체계를 정상급으로 끌어올린 첫 회의다. 2007년 출범한 ‘한-중앙아시아 협력포럼’은 그동안 주로 외교 당국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으며, 2019년에는 처음으로 장관급 회의가 당시 누르술탄(현 아스타나)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에서는 핵심광물과 에너지, 무역·투자, 산업∙공급망, 인공지능(AI)과 과학기술, 기후변화, 수자원, 교통∙물류, 안보와 인적 교류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2년 뒤 카자흐스탄에서 다시 만난다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향후 협력 방향 및 장기 비전을 담은 '서울선언'을 채택했다. 선언에서는 ▲ '한-중앙아시아 파트너십의 제도화' ▲ 평화와 안정을 향한 동행 ▲혁신과 번영을 향한 미래 ▲ 사람과 신뢰를 통한 연결 등 4대 협력 비전이 담겼다.
6개국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고 고위급 협의와 산업장관 협의체를 통해 후속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중앙아시아 5개국에는 교역과 투자, 한국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코리아데스크’도 설치하기로 했다. 제2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는 2028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다.
경제 분야에서는 중앙아시아의 자원∙시장과 한국의 제조∙기술 역량을 결합한 ‘호혜적 가치사슬’ 구축에 뜻을 모았다. 또한 ‘한-중앙아시아 산업 및 공급망 협력 MOU’를 체결하고 산업장관 협의체를 신설했으며, AI∙과학기술 및 기후∙에너지∙환경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개회사에서 지난 30여 년간 쌓아온 협력의 토대 위에서 앞으로의 30년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 동서양의 사람과 기술, 문화를 연결했던 ‘실크로드 정신’을 언급하며 새로운 협력의 길을 열어가자고 제안했다. 중앙아시아 현지의 가공∙제조를 확대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한국은 공급망과 시장을 다변화하는 협력 모델을 만들자는 구상이다.
한-카자흐 관계, 17년 만에 격상
이번 정상회의는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의 국빈 방한과 맞물려 진행됐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정상회의 전날인 15일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통상, 에너지∙핵심광물, AI∙과학기술, 인적∙문화 교류 등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두 나라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2009년 수립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17년 만에 ‘미래지향적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카자흐스탄은 한국의 중앙아시아 최대 교역∙투자 대상국이다. 양국은 기존의 교역∙투자 중심 협력을 경제안보와 첨단산업, 과학기술 분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원유 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한 기본약정을 체결하고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카자흐스탄의 자원과 한국의 가공∙제조 기술을 연계하는 희소금속 기술협력센터 설립도 추진한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원전 건설과 운영, 인력 양성 등 전주기에 걸친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협력 범위는 첨단기술과 도시개발로도 넓어졌다. 양국은 AI와 과학기술, 미래항공 모빌리티, 환경∙기후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알라타우 신도시 개발에도 한국 기업의 참여를 모색하기로 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벤치마킹한 ‘Kaz-AIST’ 설립도 추진된다.
정상회담 후 두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 부처 간 13건의 MOU가 체결됐다. 원유∙원자력 등 에너지 분야를 비롯해 과학기술, 미래항공, 도시개발, 환경∙기후대응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됐다.
토카예프, 산업·기술 파트너십 제안
토카예프 대통령은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경제협력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 중앙아시아와 한국 간 교역액이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히고, ‘중앙아시아-한국 산업·기술 발전 파트너십’을 출범시키자고 제안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 틀 안에서 각국 정부가 생산 현지화와 기술 이전, 역내 협력, 제3국 시장으로의 완제품 수출에 초점을 맞춘 대표적인 공동 프로젝트를 발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은 이번 방문에서 알라타우 신도시 개발과 AI, 디지털 기술,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한국과의 협력 확대를 제안했다. 양국 기업의 사업 추진을 지원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제1부총리 산하에 ‘코리아데스크’를 설치하기로 했다.
190억 달러 규모 경제협력 논의
경제 분야의 성과는 한-카자흐스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도 이어졌다. 15일 서울에서 열린 행사에는 토카예프 대통령과 한성숙 국무총리를 비롯해 양국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카자흐스탄 대통령실(아코르다)에 따르면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카자흐스탄과 한국 기업∙기관은 84건의 MOU와 약 190억 달러 규모의 상업협정이 체결됐다. 협력 분야도 에너지·인프라에서 핵심광물, 첨단산업, 스마트시티 등으로 확대됐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한국 기업에 카자흐스탄의 산업 현대화와 첨단기술 분야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제안했다. 특히 알라타우를 새로운 비즈니스·혁신 중심지로 조성하는 계획을 소개하고, 스마트시티와 디지털 기술,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적 교류 분야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카자흐스탄이 한국의 고용허가제(EPS) 송출국으로 지정돼 카자흐스탄 국민의 한국 취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양국은 ‘2026~2030 문화협력 MOU’도 체결했다.
고려인 정주 90주년도 논의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2027년 고려인 중앙아시아 정착 90주년도 언급됐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고려인 공동체를 중앙아시아와 한국을 잇는 우정의 가교로 평가했으며,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은 정주 90주년 기념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