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는 카자흐스탄의 세계 성 격차 지수(세계경제포럼 발표)가 전 세계 148개국 중 92위를 기록하며 여러 분야에서 여성의 사회적 활동에 여전히 높은 진입 장벽이 존재함을 짚은 바 있다. 본편에서도 계속해서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제도적 개선 방안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지난 호에 이어)
사회학자 톨큰 사메토바 박사는 지난 편에서 다룬 바와 같이 카자흐스탄 여성의 노동 활동 기회와 전문적 역량 개발을 저해하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제적으로 입증된 사례들을 면밀히 살피고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스웨덴은 여성들에게 탄력적 근로 시간제, 시차출퇴근제, 재택근무제 등 ‘유연근무제’를 제공하여 경제활동과 가내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을 실현시켰으며, 핀란드의 경우 아동보육시설 시스템을 확장하고 어린이 돌봄 활동에 대한 국가보조금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자국 여성인구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80퍼센트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노르웨이는 기업 이사회 내 여성 할당제 도입과 멘토링 프로그램 시행을 통해 고위 경영직 진출을 활성화했으며, 아이슬란드는 세계 최초로 세계 최초로 남녀 간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법제화하고 ‘동일임금 인증제’를 의무화하여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는 성과를 보였지요.”
전문가들은 이러한 선진 사례들이 카자흐스탄 실정에 맞게 도입될 경우 자국 여성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임금 투명성을 보장하는 시스템 또한 중요한 요소다. 일례로 현재 유럽연합(EU)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성별 임금 격차 현황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장치는 고용주들이 자발적으로 남녀 임금 수준을 균등하게 조정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정치권에서도 만연한 성 격차 문제
최근 몇 년간 카자흐스탄은 성평등 달성을 목표로 일련의 중요한 제도적 조치를 취했다. 대표적으로 의회와 지방의회(마슬리하트) 내에 여성 할당제가 도입되었고 그 결과 현재 의회에는 28명의 여성 의원이 활동 중이다. 또한 전체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55.8%에 달하고 관리직은 39.1%, 그리고 사법 체계 내 여성 비율은 53%에 이르는 성과를 거두었다.
한편 젠더 평등 전문가 누르자말 이미노바는 “카자흐스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동향을 보아도 여성들은 주로 보건·복지 등 사회 부처의 수장을 맡는 경향이 짙은 반면, 경제·국방·에너지 등 국정의 핵심 동력을 다루는 부처들에서는 여전히 남성 중심의 리더십이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정치권 내 리더 직책을 맡은 여성들이 직면한 제약이 없어지려면 먼저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근거 없는 통념을 타파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성취를 거둔 여성 리더들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조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국방, 경제, 건설, IT 산업 등 전통적으로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영역에서 현재 성공적으로 조직을 이끄는 여성들의 사례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로써 여성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한편 사회 전반의 인식 또한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한편 사메토바 박사는 카자흐스탄 입법부 구성 원칙의 근본적인 변화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녀는 “기존 도입한 할당제를 여성들의 정계 진출 확대를 견인하는 기제로 활용한 것에 이어 이제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무게중심을 싣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그 결과로 정당 간 경쟁 환경의 강화와 후보 선발 과정의 투명성 향상이 이루어지면, 여성이 남성과 대등한 조건에서 실력을 겨루고 자발적인 경쟁을 통해 지도자 역할을 획득할 수 있는 실질적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비즈니스 영역 내 여성 비중 확대하며 여성 기업 활동 세계 상위 30위권에 안착한 카자흐스탄
또 다른 주목할 만한 대목은 최근 수년간 카자흐스탄 내 여성 기업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카자흐스탄 공화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중소기업의 48%를 여성이 이끌고 있으며 개인 사업자의 경우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54%를 상회한다.
아스타나 시청 산하 여성·가족인구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사니야 이르살리예바 아스타나 시 기업여성협의회(카자흐스탄 상공회의소 산하) 의장은 “카자흐스탄은 현재 세계에서 여성의 기업 활동 참여도가 높은 30개국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고 밝히면서 카자흐스탄의 여성 기업인들은 서비스, 소매업, 교육 분야, 농업, 창조산업에 가장 많이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카자흐스탄 정부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여성 사업가들의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 기업개발기금 ‘다무(DAMU)’와 상공회의소 ‘아타메켄’을 통해 실시되는 여성 기업인 지원 프로그램 그리고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및 여러 국제기구와 연계하여 진행하는 각종 공동 프로젝트가 포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향후 성 격차 해소를 위해 추가적인 지원이 여전히 필요한 실정이라고 강조한다.
사메토바 박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춰 필요로 하는 특화 금융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며 “나아가 여성들을 위한 교육 및 멘토링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고 전문적 역량 개발이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특히 농촌 및 오지 등 소외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성 기업가들에게 우선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늘날 국내 여성 기업인들의 활동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여러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여성 기업가를 위한 지원책 정보를 널리 그리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각종 혜택과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보조금 등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원의 미비로 인해 많은 여성 기업인이 기회를 놓치고 있는데, 결국 이로 인해 여성들이 자신들을 위해 마련된 지원 프로그램 참여에 지장을 받고 비즈니스계에서는 지속 가능한 사업 발전 가능성이 저해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카자흐스탄은 여성들이 살아가기에 얼마나 안전할까
현재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통계를 살펴보면 여성에 대한 폭력이 국가를 막론하고 여전히 해결이 시급한 문제로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유엔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오늘날 전 세계 여성 3명 중 1명은 평생 적어도 한 번은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성평등 달성을 가로막는 가장 심각한 장애물 중 하나로 꼽힌다.
누르자말 이미노바 젠더 평등 전문가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는 데 시민사회단체들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성별 격차 해소 문제에서 여성의 안전은 특히 간과되어서는 안 될 핵심 지표”라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매년 발표하는 보고서 ‘여성, 기업, 법(Women, Business and the Law)’의 최신판(2026)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여성 폭력 방지에 필요한 법안 중 실제 제정된 비율은 약 3분의 1에 불과하며, 이 마저도 실제 법 집행 과정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약 80%에 달해 제도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는 특히 중요합니다.”
카자흐스탄은 지난 2024년 해당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해결책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당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공화국 대통령은 여성의 권리와 아동 안전을 강화하는 법률인 일명 ‘살타나트 법’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쿠안디크 비심바예프 전 국가경제부 장관의 아내 살해 사건에 대한 재판이 이루어진 이후 제정되었다. 전문가들은 이 법이 모든 형태의 젠더 기반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중요하고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한다.
여성에 대한 법적 보호 강화에 집중한 본 법의 도입 효과는 이미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카자흐스탄 내무부에 따르면 법 공포 이후 지난 2025년 한 해 동안 국내 가정 폭력 범죄 발생 건수는 그 전년도 대비 3% 감소하는 성과가 나타났다.
성평등은 단순한 사회 문제를 넘어 국가의 경제 및 정치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다. 카자흐스탄의 전문가들은 성 격차 문제에서 지속 가능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체계적인 공공 정책 시행과 사회적 고정관념 철폐 그리고 여성의 창업 및 정치 참여 지원이 필수적임을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Kazinform)

